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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6 Swiss

1. 마이엔펠트. 하이디 마을. 우리가 꿈꾸던 스위스 그 자체였다.

이번 스위스 여행의 시작은 하이디 마을 마이엔펠트에서 시작했다. 보통 마이엔펠트를 설명할 때 일본 애니메이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함께 언급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 동화의 배경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애니메이션의 제목이 주는 분위기로 이 곳의 분위기를 연상할 수 있다.


마이엔펠트(Maienfeld)


마이엔펠트는 인구가 3,000명이 채 되지 않는 스위스 동부의 작은 도시이다. 처음 들어섰을 때 감도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도시 전반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곳곳에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붉은 벽돌 길은 그런 분위기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든다. 물론 캐리어를 끄는 여행객에겐 굉장한 불편함으로 다가오겠지만. 



마이엔펠트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가면 이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하이디 마을(Heididorf)이 있다. 화창한 봄날이라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디에나 있는 '길'과 '들'과 '하늘'이 조화롭게 자리잡아 이 아름다운 마을을 그려내고 있었다.



 마이엔펠트의 하이디마을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이 '여행'이란 수식어를 만나면 특별한 무언가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숨을 크게 한 번 내쉬면 발을 디딜 때마다 흙과 자갈들이 마찰하는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풀소리 등 아주 많은 소리들이 새롭게 들린다.



 하이디마을 안쪽으로 길게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무작정 걸을 수 있다. 걸어야 한다. 보통 이런 곳을 오면 '사색병'에 걸리곤 한다. '생각'이란 것을 해야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생각이 무슨 대단한 생각일 필요없다. 평소에 사소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고 괜한 것에 의미부여도 한 번 해보고 그러다 웃어 보기도 한다.



우연히 두 손을 꼭 잡고 오솔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를 마주쳤다. 나에게는 살면서 쉽게 오지 못하는 이 감동적인 장소를 생활 터전으로 삼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이디마을(Heididorf)은 단지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이 곳에서 살아간다. 이 마을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젊은 시절 취리히에 살다가 결혼 후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와서 수 십년을 살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참 사람이 많은 도시였음을 강조하며 옛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야기 마지막엔 '마이엔펠트를 방문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일세' 라고 끝을 맺었다. 



마이엔펠트 여행은 그간의 여행과는 달랐다. 인위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평범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새롭게 다가온 것들은 낯설지 않고 편안하고 따뜻하다. 우리가 상상했던 스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