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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4 Spain

[Spain] 10_라 토마티나. 토마토 축제. 불편한 진실... 즐겁지 않아.

우리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스페인 토마토 축제 - La tomatina 를 즐기러 간다.




Valencia 2.


토마토 축제(라 토마티나, La tomatina)




라 토마티나는 발렌시아에서 하는 것은 아니고, 스페인의 부뇰이란 지방에서 한다. 근처 가까운 도시인 발렌시아에 머물다 축제로 가는 여행객들이 많기 때문에, 발렌시아에서 부뇰로 가기 위한 기차표는 미리미리 예매를 해야한다.


라 토마티나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다. 카메라는 커녕 방수팩에 담은 휴대폰도 분명히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어떤 촬영도구도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매우 다행이었다.


이 축제를 즐기면서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기 때문에, 이번엔 사진보다 글을 쓰려 한다.

매우 주관적인 나의 후기 ! 



숙소를 체크 아웃까지 했기 때문에, 발렌시아 역 근처 라커에 캐리어를 두고 부뇰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들 같은 생각인지 라커 구하기가 여간 쉬운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라 토마티나 입장권도 아직 예매를 안한 상태여서 매진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4명의 입장권을 사기위해 부뇰로 떠났고 친구들은 라커를 찾아 짐을 맡기고 오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먼저 도착한 부뇰은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티켓부스로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생각보다 줄이 많이 없어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 한국에서 출발 전에 '라 토마티나는 예매를 안하면 거의 입장 불가능' 이런 글을 많이 봤는데, 전혀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후발대 친구들과 다시 합류하기까지 오랜 기다림과 연락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 동안 나는 축제의 음식들과 샹그리아 2병을 먹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축제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있으며, 여자들은 상의를 탑이나 수영복만 입더라. 그게 놀기에 편하니까.

세계적인 축제 ! 세계가 열광하는 축제 ! 라는 명성에 기대하여 토마토가 쏟아지기를 기다렸다.


(사진이 없다)

아래는 구글에서 '2014 La tomatina' 라고 검색하여 얻은 축제 사진이다.



저 장대 위의 박? 같은 것을 쳐서 떨어뜨리면 공식적으로 축제가 시작되고 트럭들이 토마토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모두들 그랬고 나도 그랬다. 토마토 축제하면 이렇게 자유분방한 에너지틱한 현장을 연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요즘 인터넷에 많이 떠도는 여행지 환상과 현실을 비교해 놓은 사진들이 있는데, 차이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사진들은 애교에 불과하다. 

현실은.

현실은..

현실은...



축제의 그 어떤 곳을가도 딱 이 상황과 같다. 넓게 뛰놀고 눕고 구를 수 있는 필드는 전혀 없고 마을의 골목이 곧 축제의 장소이며, 그 모든 장소들을 2만명의 사람이 빽빽이 들어 차있다.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의 날씨 속에서 토마토 보다는 축제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땀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저기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토마토를 투하하는 트럭이 저 골목사이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저 좁은 공간에 대형트럭이 들어오면 저 많은 사람들이 건물 쪽으로 붙으면서, 출근길 9호선보다 더 심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렇게 수십번을 반복한다. 정말 매년 사고없이 축제가 잘 마무리 되는 것이 신기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실망을 절정으로 이끌어 준 모습이다. 온몸에 토마토를 뒤집어 쓰고 어떻게든 논 것까진 좋다. 이제 씻고 집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자. 돌아가야하는데.. 씻는 곳이 없다. 그렇다 없다. 없는게 맞다고 한다. 토마토를 씻어 내기 위해서는 저렇게 구세주같은 마을 주민들이 위에서 물을 뿌려주는 방법이 모두이다.


에라 모르겠다 난 찝찝해도 1시간만 참고 발렌시아에 가서 씻어야겠다고? 안된다. 기차 탑승 거부를 당한다. 다행히 마을 곳곳에서 물을 뿌려줘서 기차를 탈 수 있을 정도로만 씻었다. 온 몸엔 토마토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머리카락이나 귓 속에 토마토 파편들이 난무한다.. 이런 류의 축제에 공식적인 샤워시설이 없다는게 말이되나ㅠ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당연히 개선되었길 바라며)


축제를 마치고 다시 몇 장 사진을 찍었다.



토마토를 대충 씻고 사람들이 역으로 돌아간다. 8월의 강렬한 스페인 햇살에 수분은 바싹바싹 마른다.



축제가 끝나니 마을 곳곳에서 바베큐냄새가 진동했고, 음식, 술을 파는 노점들이 하나 둘 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원래 물놀이하고 먹는 음식이 맛있듯.. 토마토에 흠뻑 젖고 나서 먹는 음식도 맛은 있더라.


부뇰의 노점에서 음식을 먹고 우린 역으로 돌아 갔다.

참 고된 하루였다.

아. 다행히 탑승거부는 당하지 않았으나, 우리 앞 뒤로 거부당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참. 이 축제가 어떻게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고 발렌시아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동안 생각을 해 보았는데, 축제가 끝나고 나서 보다는 그 축제 순간의 즐거움과 활력들이 이 축제의 유명세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 어쨌든 최대한 아름답게 마무리 하려했으나 아니다. 축제 하는 동안도 매우 찝찝했다.



결론




- 세계적인 축제이니 살면서 한 번 경험한 것에 의의를 두지만,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고 보내줘도 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