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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독서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살면서 내가 가장 글을 많이 쓴게 요즘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많은 양의 포스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포스팅이 많은 글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여행글은 대부분 사진에 대한 설명의 글이고 개발글은 코드와 레퍼런스에 정의된 내용들이 전부이다.


  그래서일까 조금 더 '글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잘 전달되고 읽히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하는지, 진짜 글쓰기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회사에 철학과 선배가 있이서 작문에 대한 책 추천을 부탁했는데,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함께 이 책을 추천해 주었는다. 전개방식이 참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을 모시며 연설문을 써온 스피치라이터이다. 저자가 오랫동안 두 대통령의 연설문을 써오면서 배우고 느낀 노하우에 근거하여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론을 말해준다. 먼저 작문 방법을 알기에 앞서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다. 우리가 TV에서 어렵지 않게 듣던 하나의 연설이 나오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사람들이 동원 되는 것이었다. 최소 한달 전부터 팀이 꾸려지고 수 없이 많은 검토와 수정이 이루어 진다. 더군다나 두 대통령은 글쓰기에 있어서 굉장한 대가이기 때문에 최종 컨펌을 받기까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따라서 '대통령 연설문'은 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여러 인사들의 노하우 집약체인 것이다. 


  저자의 직업인 '스피치 라이터'는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글을 쓰는 역할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글쓰기 방식을 절대적으로 반영해야한다. 저자가 연설문 초안을 작성해서 보고하면 대통령의 검토를 통해 최종 컨펌을 받기까지 끊임없이 코멘트와 수정사항이 나온다. 책에서는 그 수정 사항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글쓰기 방법론으로 정제하여 소개한다. 즉,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글쓰기 방식은 두 대통령의 글쓰기 방식이며 그 방식들이 너무나 훌륭하여 이렇게 글쓰기에 관한 일반론으로 확장해도 무방한 것들인 것이다. (책에 나오지만 대통령은 저자에게 '연설문을 쓰면서 배운 방법들을 책으로 내 국민들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두 대통령의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글쓰기에 있어서 모두 대가라고 불리는 두 대통령이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인 점도 참 흥미로웠다. 책에 나오는 40가지 방법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책에서는 각 글쓰기 방법들이 저자가 직접 겪은 에피소드와 대통령으로 부터 받은 코멘트들을 토대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당연히 이 책을 읽자마자 글쓰기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동안 내가 아무 생각없이 '죽은 글'을 쓰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